토마토출판사

보도자료

그룹소개 보도자료

[토마토출판사] [연합뉴스] 63세 데뷔한 日 여성 소설가 "아직 싸울 수 있죠"

작성자 : 관리자 I 작성일 : I 조회수 : 4682

와카타케 지사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출간 기념 내한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64)가 데뷔작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출간을 기념해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토마토출판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할머니는 자기가 살고 싶은 방향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지요."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64)는 데뷔작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토마토출판사) 출간을 기념해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할머니'로 지칭한 그는 지난해 소설가로 데뷔한 늦깎이 작가다. 아이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어린 시절 꿈이었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8년 만에 처음 발표한 이 소설로 지난해 54회 일본 문예상을, 올해 초 158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한국 기자들 앞에 선 그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남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생각해 쓰게 된 이 소설이 생각도 못 하게 문예상과 아쿠타가와상을 받게 되고 이렇게 한국에서도 출판된다는 것은 정말로 감격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너무 늦었어, 안 될 거야'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어쩐지 포기할 수 없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며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생각한 것을 74세 할머니 주인공을 통해서 표현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납득하면서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주제를 정하게 됐다. 할머니가 살아온 철학, 인생 철학을 담고 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64)가 데뷔작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출간을 기념해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토마토출판사 제공]

이 소설은 남편을 잃고 자식과도 멀어진 74세 여성 '모모코'의 독백으로 홀로 남겨진 노년의 여성이 고독의 끝에서 눈부신 자유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여성은 늘 아내나 어머니로서 역할을 갖고 살아가고, 날개를 쫙 펴고 싶어도 남편이 옆에 있다 보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없다"며 "하지만 할머니는 사회에서 요구받는 역할이 없고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아직 싸울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 싸운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 마음속의 약한 모습, '나는 이제 안돼, 끝났어, 약한 존재야'라는 생각과 싸워나가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성 위주의 사회 속에서 여자를 낮게 바라보는 인식, 그런 사회와도 싸워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꿈과 희망 같은 것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한국과 일본의 페미니즘에 관한 질문에 "일본에서도 대학교 의학부 입학시험에서 여자 수험생의 점수를 낮추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화를 내지 않는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는다. '여자니까 할 수 없지'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화가 난다. 그렇게 여성들을 억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성들 안에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64)(사진 왼쪽)가 데뷔작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출간을 기념해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토마토출판사 제공]

소설 제목처럼 노년에 '나는 나대로' 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내 경우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 나를 이겨나가는 방법이었다"며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주변에 신경을 빼앗길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남편과의 사별에 관해 "55세에 남편이 죽어서 많이 울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좀 흘러서 보니 '남편이 나에게 시간을 줬구나' 싶었다. 남편이 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한 것이 소설을 쓴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졸혼'에 관한 질문에 "나이가 들면 내가 정말로 이것을 하고 싶었구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데, 그렇게 다시 출발하는 시간을 부부가 서로에게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당신에게 자유를 드립니다. 시간을 드립니다'라고 하는 것도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mina@yna.co.kr
*기사원문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29/0200000000AKR20180829114900005.HTML?input=1195m